8.21~22 코엑스 더플라츠에서 열린 ’2024 트렌드페어‘ 내 ‘All in K’ 부스. [사진 한국패션산업협회]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 열풍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느 때보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필요한 시기다. 한국패션산업협회(회장 성래은)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안덕근)의 지원을 받아 올해 신규 사업으로 진행한 K섬유패션스트림 협력강화 및 수출 지원 사업, 이른바 ‘올 인 K(All in K·All made in Korea)’가 눈에 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브랜드(디자이너)가 디자인하고, 한국 공장에서 제조했지만 옷에 사용한 소재는 동대문 종합상가에서 판매하는 중국산인 경우가 많은 게 한국 패션산업의 현주소다. 제조 물량이 많은 대기업은 자사 내 R&D 센터를 두고 직접 섬유를 개발해 활용할 수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All in K’ 사업의 취지는 패션산업에서 K디자인-K소재-K제조까지 가능하도록 각각의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 매칭함으로써 국내외에서 K패션 프리미엄 가치를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All in K’ 총괄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섬유탄소나노과 김종주 과장은 “올해부터 한국패션산업협회와 함께 창조적 디자인으로 주목 받고 있는 K패션과 우수한 품질로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K소재, 우수한 봉제 기술을 보유한 K제조를 연계시켜 전 세계에서 K패션의 열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젊은층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여성복 브랜드 ‘잉크’의 2025 봄·여름 컬렉션. [사진 한국패션산업협회]
한국패션산업협회와 한국섬유수출입협회(회장 방주득)는 올해 한국 섬유패션 제품의 생산액 증가와 부가가치 확대를 목적으로 한국 패션 브랜드와 한국 소재기업 간 교류 활성화와 협력에 집중했고, 그 결과 패션·원단소재·봉제기업 70여 개 사가 사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브랜드와 국내 소재기업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매칭 작업으로 26개 사에서 수요 맞춤형 K소재를 공동 기획하고 개발했다. 이렇게 국내 패션기업이 국내 소재를 사용해 국내 봉제공장에서 생산한 의류제품에는 ‘All in K’ 라벨을 부착해 ‘올 메이드 인 코리아 의류제품’임을 입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내외 주요 섬유 패션 전시회 내 설치된 ‘All in K’ 부스를 통해 홍보·마케팅도 적극 지원했다. 그 결과 사업에 참여한 패션기업 10여 개 사의 2024년도 국내외 수출 실적은 2000만 달러(약 3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실적은 해외 현지에서 진행된 팝업 스토어와 컬렉션 쇼에서의 반응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1월 9일 일본 도쿄의 패션 성지 중 하나인 에비스역 인근에선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비에스래빗(BSLABBIT)’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지난해 하라주쿠 팝업 스토어 이후 두 번째인데 오픈 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화제를 모았다. 대기 줄 맨 앞에 선 4명의 남녀 20대 직장인들은 전날 저녁 9시부터 약 14시간 동안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 브랜드는 실루엣, 디자인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K패션 브랜드들은 개성 있고 독특한 디자인의 의상이 많다”고 말했다.
유럽과 중화권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패션 브랜드 ‘앤더슨벨(Andersson Bell)’은 지난 10월 13일 중국 상하이 우정박물관에서 2025 봄·여름 컬렉션 무대를 선보였는데 시작 2시간 전부터 현지 및 해외 바이어 등 패션 관계자 400여 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특히 이날 컬렉션 무대가 펼쳐진 상하이 우정박물관은 1920년대 우체국으로 건립되어 사용되다 현재는 우체국 박물관으로 개조해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오픈 이래 외부 행사를 위해 공간을 대여해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앤더슨벨의 국제적 브랜드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성복 브랜드 ‘잉크(EENK)’와 남성 캐주얼 브랜드 ‘쿠어(COOR)’ 역시 지난 10월과 11월에 각각 중국 상하이와 일본 도쿄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데 현지 고객들의 반응이 호평 일색이었다. 상하이의 잉크 팝업 스토어 매장을 방문한 젊은 중국 고객은 “평소 한국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 소재의 착용감이 좋다. 디자인도 매우 클래식해서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아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잉크는 일본 셀렉트 숍 리스테어가 기획한 ‘도쿄×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선정됐고, 세계 유명 패션 전문지 WWD 일본판은 관련 내용을 “리스테어가 주목하는 한국 브랜드 시부야 파르코에 집결”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시부야 파르코 백화점에서 운영된 ‘쿠어’의 팝업 스토어 매장 매니저는 “한국에서 쿠어 제품을 보고 구매해 본 경험이 있는 일본 소비자들의 방문이 많다”며 “한국 소재로 한국에서 생산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어서 촉감이 좋고 실루엣도 다른 브랜드와 겹치지 않아 많은 고객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3일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2024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에서 ‘All in K’ 부스가 화제를 모았다. 유니섹스 캐릭터 브랜드 ‘듑벨(dub’bel)’을 전개하고 있는 송재연 대표는 “한국에는 아직 인정받지 못한 기술 장인들과 기업들이 많다. 한국 원단뿐 아니라 부자재와 봉제 기술은 전 세계 어디서도 으뜸이고, 이들의 훌륭한 기술에 디자인이라는 숨결을 조금만 더한다면 K패션은 더욱 완벽해질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이미 좋은 옷이 왜 좋은 옷인지 다 알고 있다. 기술은 디자인 없이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없고, 디자인은 기술 없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넘어 ‘올 인 코리아(All Made in Korea)’라면 고급스러운 코리아 프리미엄까지 창출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출처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
서정민 기자
원본
디자인·소재·봉제 ‘올 인 K’…K패션 프리미엄 높인다.
